정지용의 작품을 통해 후기시의 특징을 알아봅니다.
정지용의 후기시는 형태상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대상묘사를 통해 자연의 풍취를 고담한 여운의 미학으로 그려낸 「구성동」, 「인동차」 와 같이 2행 1연을 기본으로 한 간결한 작품계열과 「백록담」이나 「장수상」 산문시 계열입니다.
연계적 구성을 보이는 산문시 계열의 이 작품들은 자연과 시인이 일체가 된 물아적 도취감을 표현하면서도 객관적 명징성을 잃지 않는 산수 세계를 보여줍니다.
작품내의 표현된 문법 및 단어는 현대의 문법 및 단어와 다소 차이가 있으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대상묘사를 통해 자연의 풍취를 고담한 여운의 미학으로 그려낸 「구성동」, 「인동차」 와 같이 2행 1연을 기본으로 한 간결한 작품계열과 「백록담」이나 「장수상」 산문시 계열입니다.
연계적 구성을 보이는 산문시 계열의 이 작품들은 자연과 시인이 일체가 된 물아적 도취감을 표현하면서도 객관적 명징성을 잃지 않는 산수 세계를 보여줍니다.
작품내의 표현된 문법 및 단어는 현대의 문법 및 단어와 다소 차이가 있으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예 : 해ㅅ살 → 햇살
예제2
백록담(白鹿潭)
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도 함경도(咸鏡道)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八月) 한철엔 흩어진 성진(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山)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鬼神)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육천척(海拔六千?)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山)길 백리(百里)를 돌아 서귀포(西歸浦)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움매-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여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濟州)회파람새 회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때 솨-솨-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을 색이며 취(醉)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산맥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壯嚴)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白鹿潭)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불구(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白鹿潭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白鹿潭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祈禱)조차 잊었더니라.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도 함경도(咸鏡道)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八月) 한철엔 흩어진 성진(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山)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鬼神)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육천척(海拔六千?)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山)길 백리(百里)를 돌아 서귀포(西歸浦)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움매-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여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濟州)회파람새 회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때 솨-솨-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을 색이며 취(醉)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산맥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壯嚴)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白鹿潭)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불구(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白鹿潭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白鹿潭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祈禱)조차 잊었더니라.
시의 해석
9연의 장시 「백록담」을 두고 김우창은 “감각과 언어를 거의 가톨릭적 금욕주의의 엄격함으로 단련하여”, “감각의 단련을 무욕(無慾)의 철학으로 발전시킨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자작나무 옆에서 자작나무가 해골이 되기까지 살 듯, 화자는 자작나무처럼 희디희게 죽어갈 것이 거리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는 무욕의 경지를 나타내 보인다.
첫새끼를 힘들여 낳다 놀란 암소는 백리를 달려 서귀포로 달아나고, 아직 물기도 가시지 않은 어린 새끼는 여리고 젖은 목소리로 어미를 부른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어미를 찾아달라 조르는지, 제 어미인줄 알고 뛰어드는지 모를 어린 송아지를 보고 화자는 우리 새끼들도 털빛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가엽게 여기고 근심하며 슬퍼한다.
지용의 시에 나타나는 생별 혹은 사별의 모티프는 국권상실의 아픔과 맥이 닿아 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이 우리 새끼들도, 우리 어린 자식들도 일제치하에 시달리게 될 것을 슬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