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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6/16) -통미봉남, 통소봉북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9-12 조회 : 51
담당부서
윤정부의 엉뚱한 '날개론'에 대하여 원조 날개론, 리영희교수의 글을 연재한다. 마지막회
30년전의 글이나 현재 상황은 더 나빠졌으므로 오늘의 지혜로도 손색이 없다.
공부해서 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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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5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통미봉남, 통소봉북>

전직 대학교수에, 국무총리에, 현 집권당 국회의원인 노재봉씨가 국회에서 발언했다는 내용을 여러 신문에서 곰곰이 읽어보니, 아직도 색바랜 냉전시대의 환상을 좇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 의원의 발언은 그 자신만의 주장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50년간 이 나라를 좌지우지했던 극우·반공·냉전·독재체제의 타락한 기득권 집단과 개인들의 "울분"을 대표한 것이라고도 한다. 많은 신문들의 해설은 그의 발언이 "위기감"에 몰린 수구세력의 몸부림이라는 데 일치해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으로서는 국민의 어느 일부라도 위기감에 몰리는 상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설사 그들이 왕년의 군부독재 잔당이거나 거기에 기대어 영화를 누렸던 기득권자들이라 해도 그 신념에는 다름이 없다. 노 의원의 발언은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심히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문제의 발언을 결론지으면서 "지금이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단정하고 "우리에게 선택은 전쟁이냐, 항복이냐, 공세적 방어냐의 세 가지 뿐"이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지금이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 과정에서 "한판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그렇게 선동했던 세력이 평화의 가능성 앞에서 참담해진 심경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아득히 먼 옛날 리승만 정권 시대에, 분수도 가리지 못하고 "북진통일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낡은 망령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색바랜 정치 희화를 보는 것 같아 가슴 써늘해지기도하고 연민의 쓴웃음이 절로 나기도 한다.

왕년의 쟁쟁한(?) 정치학 이론가가 어쩌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냉전적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단순 논리에 빠지게 됐는지, 이 사회의 한 아까운 인재를 위해서도 가슴 아픈 일이다. 자기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은 모두가 "적"으로 비치는 사상. 이념적 "색맹"의 전형적 표출이다. 어째서 4천4백만 국민이 노재봉씨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가? 노 의원의 발언이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재벌급 자본과 기업의 이해를 토대로 하는 철학과 사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그 발언은 그가 말끝마다 "계급적"이라고 매도한 소위 진보적 인사들과 대칭적인 또 다른 계급적 편견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자보다도 더 비판받아야 할 편견이다.

그는 미국과 김영삼 정부의 대북한 핵협정과 평화적 조처를 격렬히 비난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겨레신문> 사설(11월3일)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먼 옛날도 아닌 바로 몇해 전 노태우 정권이 국민 몰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촉구하는 "7.7선언"이니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니 하는 것을 천명했을 때, 그는 바로 그 정권의 최고위 정책책임자가 아니었던가? 어째서 자신이 대통령특보나 국무총리일 때의 정책은 옳고 다음 정부가 같은 노선을 답습할 때는 매도해야 하는 것일까? 북-미 핵협정에 대한 정부의 찬동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도 한다. 노재봉씨가 봉사한 노태우 정권은 북한 봉쇄를 목적으로 당시 소련과 통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정권 사이의 뇌물이나 다름없는 30억 달러를 소련에 제공한 것이그 역방향의 "통소봉북" 전략이었다. 외교의 고전적 수법이고 상식이다. 뭘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나도 하고 너도 하는 국제외교의 상식일 뿐이다.

북-미간 핵협상에서 남한(한국)이 무시되고 소외된 것을 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고도 한다. 대한민국이 소외되고 무시당한 것은 사실이고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미국에 대한 대한민국의 군사적 무주권 상태를 "동맹" 논리로 미화하고 절대시하는 노 의원과 그를 포함한 수구적 미국 사대주의자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임을 왜 모르는가? 북한과의 전쟁이나 적대관계는 필연적으로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을 심화하게 마련이다. 미국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거든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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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