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읍면정보
대표-읍면정보-청산면-주민알림마당-주민게시판 상세보기 - 제목, 담당부서, 내용, 파일,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정보 제공
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3/16) -'범죄화 사회'에 대한 처방들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9-09 조회 : 49
담당부서
윤정부가 '새날개론'을 엉뚱하게 풀이하더라. 원조 '새날개론'을 공부해서 남주자.
리영희 교수는 참으로 귀한 대기자, 대언론인이었다.
---------------
1994년 9월 24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인천시 북구청 세무공무원들의 거액 세금 횡령 사건과 "지존"파 흉악범죄단의 소름 끼치는 살인사건에 대해서 신문 사설들은 "한국 사회가 병들어있다"는 진단에 일치해 있다. 우리 사회가 "병든 사회"라는 판정이다. "사회의 병리 현상"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이 병리 현상의 원인과 배경, 범행의 동기와 목적 등에 관해서도 사회적 공론은 일치해 있다. "돈"이다.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원인 분석과 진단, 처방에 동원한 용어는 어렵고 다양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이 된다. 돈이 지상의 가치로 인정되고 힘을 발휘하는 사회와 제도, 즉 돈이 "신"으로 숭상되는 자본주의의 운명적인 생리현상임을 말해준다.

원인과 처방으로 강조된 항목은 다양하다. 학교 교육, 윤리·도덕, 가정·종교, 경쟁제도, 한탕주의, 반사회심리, 황금만능주의, 인간소외, 윗물의 부정과 타락, 양심의 결핍 등 평범한 것에서부터 "죽음의 본능", "네크로필리아"(시체애착심리) 등 프로이트 이론까지, 동원된 진단과 처방은 총망라돼 있다. 그 모두가 다 옳다.

그 수많은 진단과 현명한 처방을 보고 듣고 난 뒤에도 나에게는 계속 의문이 남는다. 돈을 인간 생활과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삼는 제도와 사회를 그대로 두고서 "범죄적 사회"가 아니기를 바랄 수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는기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기초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제도이다. 이기심이 원리이고 돈이 "신"이다. 돈을 신의 지위에서 격하시켜 다른 가치로 대치하는 사상과 도덕과 사회 기풍과 제도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처방과 대책으로서 강력한 치안·경찰·사법제도가 제창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찰력이 약한 탓이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반세기의 독재체제를 뒷받침한 한국 경찰은 거의 만능에 가깝다.

역대 대통령은 으레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그 결과는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인구 10만 명당 "주요 범죄 발생 건수"가 1970년 5백57건, 80년 8백 건, 85년 6백66건, 90년 5백60건, 92년 5백91건으로 거의 변함이 없다. (한국의 사회지표)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미국의 대통령도 으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취임했다. 미국은 "범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클린턴 정부가 마침내 10만 명의 경찰력 증강, 교도소 증설, 예산 3백20억 달러 책정, "스리 스트라이크"법 제정 등의 조처 외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를 자그마치 50개 이상 추가하는 막강한 "범죄방지법"을 만들었다. 정말로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 6천~8천 건이 발생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미국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런 방법으로 범죄가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경찰력도 실패했고 학교 교육도 실패했다. 종교도 돈의 권위에 굴복한 상태이다.

한국의 6대 종교의 신도 수는 전체 인구의 54%이다(93년통계청 발표). 한 사람의 신도가 한 사람의 비신도를 순화하면 범죄는 소멸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종교 자체가 병들었다. 같은 자본주의인데 사회주의가 경합하는 북유럽 및 서유럽 국가들과 일본 사회는 왜 미국보다 훨씬 범죄가 적을까?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를 수용하기 시작한 10년 사이에 강력범죄 발생이 20곱절이나 늘었다는 보고이다.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자본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이기주의에 부의 생산·소유·향락의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회주의에 승리하였다. 그러나 바로 자본주의의 그 물신주의가 자본주의를 "병든 사회"로 만들고 있다. 제도적으로 패배한 사회주의의 인간관이 승리한 자본주의 제도 속에서 인간과 돈의 가치를 바로잡는 기능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21세기의 인류사에 그것을 기대해본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 조사

담당자 정보

콘텐츠 정보관리
담당부서 : 청산면 김효중
연락처 : 043-730-4663
최종수정일 :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