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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2/16) -평양에 간 정연주기자에게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9-08 조회 : 62
담당부서
최근 윤정부가 엉터리 '새날개론'을 발언. 원조 리영희교수의 '새날개론'을 소개합니다.
3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진 것 없이 오히려 더 악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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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10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한겨레신문>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쾌거로 가슴 뿌듯한 개가를 올렸다.

산본이라는 시골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배달된 한겨레신문을 펴든 9월 7일 아침, 나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외쳤다.
"정연주, 잘했다!" "한겨레가 해냈구나!" 이 감동은 그날 아침 전국 50만 가정의 한겨레신문 독자들이 동시에 경험했을 가슴 설렘일 것이다.

정연주 기자의 평양행이 예삿일 같았으면 그 사실을 알리는 기사의 문장은 으레 "평양에 갔다"로 단락지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아침의 그 기사는 정연주 기자가 "평양에 들어갔다"라고 끝맺고 있었다. 정연주 기자는 그냥 "간" 것이 아니다. "들어간" 것이다. 이 한마디 표현의 차이에 한겨레신문 특파원 정연주 기자의 평양행이 지니는 모든 의미가 압축되어 있다.

늘 웃고 있는 정연주 기자의 그 정다운 얼굴 사진이 곁들여진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약 60년 전 에드거 스노가 중국공산당의 혁명 근거지 연안에 "들어간" 쾌거를 연상했다. 민주주의적 자유언론 정신에 투철한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나 마땅히 시도해야 할 사명이다.

1989년 봄, 한겨레신문은 창간 첫돌 기념 기획으로 한겨레 기자단의 북한 취재를 구상하다가 반통일적 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다. 이 일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6개월의 옥고를 치른 나로서는 후배 기자의 북한 취재행에 대해서 조금은 남다른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런저런 어려움과 부담을 슬기롭게 헤쳐내고 이번 일을 성사시킨 한겨레신문의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정연주 기자 개인으로서도, 유신독재 하의 언론자유 운동 때문에 동아일보사에서 쫓겨나고 투옥까지 당했던 지난 19년간의 한스럽고 힘겨웠던 삶에 대한 영광스런 보상일 수 있을 것이다.
정연주 기자의 임무와 사명은 무겁다. 이번 그의 행동반경은 과거처럼 정부의 부수물로서 잠시 제한된 회담을 취재하는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정연주 기자의 북한 보도의 정신, 자세,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그 내용은 남북한 정부·당국·대중이 서로를 새롭게 보는 역사적인 전환점 구실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에서 각기의 체제와 권력에길들여진 수구적 보도(언론)기관에 민족문제 보도의 모범을 제시해야한다.

즉, 정연주 기자는 3중의 책무를 지고 3중의 기능을 다해야 하는 어려운 길을 떠났다. 적대적 감정에 젖어온 남과 북의 대중에게 진실을 알림으로써 서로의 생존양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이 그 첫째이다. 민중 간의 이해 확대와 불신의 해소를 통해 집권세력들의 상호부정적 정책에 비판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둘째이다. 셋째는 남북의 언론인과 언론기관들에게 광적인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보도가 어떤 것인가를 교육하는 일이다. 모두 힘겨운 일이다.

이 사명과 기능을 위해서 정연주 기자에게는 그에 앞서 평양에 "들어갔던" 문익환 목사, 임수경 학생, 문규현 신부의 뜨거운 가슴보다는 유능한 직업적 저널리스트로서의 차가운 머리가 요구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정연주 기자는 그 둘을 균형있게 갖춘 이상적인 저널리스트이다.

이 기회에 북한 당국에 한가지 간절히 당부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한겨레신문 특파원 정연주 기자의 역사적 방문에 제한 없는 "취재의 자유"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통해서만이 남북 민중의 오랜 불신이 해소되고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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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