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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8/16) - 북한동포 것은 북한동포에게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9-03 조회 : 82
담당부서
1994년 7월 16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북한동포 것은 북한동포에게>

남북 정상회담 전망과 김일성 주석 사망에 관한 기사들로 꽉 메워진 신문지면의 한 구석에 보일까 말까 끼어들어 있는 작은 기사가 눈에 뜨인다.
"정부, 통일 대비 "재산특례법" 마련" 내용인즉 법무부가 "남북통일 뒤에 예상되는 북한 내의 부동산 소유권 분쟁과 이산가족 재결합에 따른 상속문제 등의 해결·처리를 위한 특례법"의 시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초상이 나서 집안이 온통 울음바다가 돼 있는 이웃집의 재산을 넘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법률이다. 세상에 알려지는 시기 또한 심히 적절치 못하다. 문상은 안 갈망정 상가의 재물을 노리면서 군침을 삼키는 것은 이 겨레의 예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법에서 정한 데 따르면, 어쩌면 선친이 지어서 살다가 두고 내려온, 제법 큰 집 한채의 재산에 대한 "권리"가 있을 성도 싶다. 하지만 나는 그 집에 대해서 "재산권"을 행사하리라는 생각 따위는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법률이 제정되는 것을 보면 이른바 이산가족들 중에는 그야말로 "호시탐탐" 재산 수복을 노리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분열된 민족의 통일보다는 놓고 온 재산의 회수가 통일을 기다리는 본심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런 법률을 제정한 전례가 있기는 있다. 남베트남과 대만, 그리고 독일이다.
베트남에서는 1954년 6월, 프랑스군이 호치민 영도하의 베트남해방군에 패하여 북위 17도선으로 휴전선이 그어진 뒤, 북베트남에서 86만 명이 프랑스군을 따라서 남으로 이주했다(협정에 따라서 자유롭게). 그 중 60만 명은 카톨릭신자였고, 20만 명 가량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행정기관·군대·경찰 및 그 밖의 연관된 직무에 종사하던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과 가족이었다(버스나드 훨 <두개의 베트남>). 이들이 주로 북베트남에 "재산"을 두고 온 사람들이었다. 결국 그들의 재산청구권은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끝났다.

대만에서는 48~49년, 중국 본토가 마오쩌둥의 공산혁명 세력의 지배하에 들어간 "국-공 내전" 말기에 대만으로 도피한 국민당계 약 10만 명이 본토 수복과 그들의 옛 재산 회수를 연결시켰다. 그러나 그들의 재산권은 백지화되었다.

독일의 경우는 다르다. 제2차대전 패망으로 독일이 동서로 분단될 당시, 동독지역 주민중약 4백만 명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92년의 통합과정에서 흡수통일을 하게 된 우월한 지위의 서독에 의해서 부동산권협약이 강요되어 옛 소유자에게 반환하게 되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생사를 몰랐던 "부재지주" "부재건물주"들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재산권을 요구하고 나서는 바람에 지금 통일독일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상태이다. 현재 소송이 제기된 재산반환 분쟁이 자그마치 2백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월, 독일 통합 때에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서 그 재산권협정에 서명했던 로타어 드 메지에르(뒷날 통일 집권 기민련 부총재 역임)가 한국을 방문했다. 어느 신문과의 회견에서 그는 마지막 동독 총리로서 통일과정에서가장 잘못한 결정이 바로 그 문제라고 술회한 것을 읽었다.

참고해야할 것은 그뿐이 아니다. 3년 5개월 동안의 6.25전쟁중 미국 공군의 융단폭격으로 북한 땅에는 "서 있었던 것은 남김없이 쓰러졌다. 초가집 한 채 남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석기시대로 돌아갔다"라고 당시미국 태평양지역 사령관 르메이 대장이 선언했었다. "완전 무" 상태가 된 것이다.

"석기시대"로 돌아갔던 휴전선 이북지역에 오늘과 같은 물질적 복구·건설을 한 것은 북한동포의 피눈물 나는 노동의 결과이다. "완전 무"에서 그들이 갖게 된 것은 통일 뒤에 그들의 재산으로 인정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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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