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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7/16)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있다.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9-02 조회 : 69
담당부서
최근 윤정부는 엉뚱한 '새날개론'을 펼쳤다. 원조 새날개론을 공부해보자!
(30년 전이지만 리영희교수의 혜안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난다)

1994년 4월 2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1994년의 이 시각에도 전쟁을 원하는 세력과 개인들이있는 것 같다. 전쟁을 바라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도 반상식적이고 무책임할 수 있을까 싶은 말과 글이 요새 사회와 정부와 언론기관을 주름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군부통치 시대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게다가 국제정치 감각이 부족한 대통령이다보니, 그런 종류의 개인들과 세력에 둘러싸여 조작된 여론을 믿고 국가의 외교정책을 어디로 끌고가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저께 워싱턴에서 한 소리 다르고, 어제 도쿄에서 한소리가 다르다. 그런가 했더니, 오늘은 베이징에서 이제까지의 초강경 "일전불사"식 발언을 언제 했더냐는 식의 "대화주의자"로 표변한다. 국민은 내일은 어느 쪽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원래 김영삼 대통령 개인의 냉전시대적 보수주의를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나 개인으로 말하면, 정치인 김영삼씨의 그런 세계관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대통령 취임 1년간의 국내개혁을 높이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다.그러나 많은 국가들 사회 속에서의 상황판단과 행동거지는, 대통령의 권능으로 좌우되는 국내정치와는 사뭇 다른 법이다. 김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아마도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깨달았으리라고 짐작한다. 김 대통령이 중국 방문 기간에 중국 지도자들에게서 어떤 "설교"를 들었는지 소상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워싱턴과 도쿄에서 배운 "군사력 숭배"식 냉전시대적 정치철학이 아니었으리라는 것만은 그간의 보도들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대화를 하면 해결된다"고 거듭 강조한 "대화"의 뜻을 우리 정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이른바 "언론"을 자처하는 보도기관들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하도 딱했던지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리펑 총리와 외교부장이 직접 김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날, 중국 정부가 말하는 "대화하라"는 뜻은 "미국이 북한에 줄 것을 주면 문제는 풀린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국민학생을 타이르듯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해설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감각이 얼마나 무디었으면 "일전불사론"을 가지고 중국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겠다고 나섰을까? 나는 김 대통령의 중국방문 계획이 발표되는 날부터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받을 수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서야 정계와 정부와 매스컴은 온통 김 대통령의 중국방문 결과를 놓고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를 따지느라고 야단법석들이다. 정말로 가관을 넘어서 꼴불견, 바로 그 꼴이다.
대통령을 이렇게 국제정치·외교에 눈멀게 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통령 주변의 관계담당 보좌관들의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냉전적 반공주의"에 있다고 본다.

다음은 냉전식 극우·반공을 아직도 무슨 덕목처럼 내세우면서 일부 언론계를 주무르는 개인과 세력이다. 그들은 미국시민보다 오히려 미국에 충성적이다. 이들에 의해서 조작된 여론 때문에 민족의 논리가 동맹(자)의 논리보다 우월하다고 했던 국가철학은 몇달 사이에 간데가 없다. 지금 그곳에 자리잡고 활개치는 것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을 부채질하는 듯한 그런 성향의 개인과 세력의 호전적 작태이다.
그 대표적 예가 3월19일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뒤에 나온 북한대표의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의 언론보도 태도이다. 북한대표의 "전쟁불사" 또는 "서울 불바다" 발언은 국제회담에서 한 나라의 대표가 할 수 있는 수사학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이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난이 우리 신문과 잡지의 지면을 채우고, 텔레비전 화면과 라디오의 시간을 연일 차지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소위 "언론"들은, 북한대표의 발언을 회담의 전체 맥락에서 도려내어 거두절미한 채, 그것만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국민에게 전쟁 위기감을 부채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한 보도태도와 평론자세는 "언론(인)"의 최저한의 초보적 직업윤리조차 거부하는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진실과 사실은 "우익"이건 "좌익"이건, 그 어느 것의 가치보다 앞서고 그보다 높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보당국이 남북회담 장면을 찍은 비밀필름을, 그것도 왜곡된 상태로, 거두절미한 일부만을 텔레비전에 방송케 했다는 사실은 중대사건이 아닐 수없다.
몇해 전 이동복이라는 대표가 고위급회담을 파탄내기 위해서 본부 지시를 멋대로 왜곡한 행동보다도 더 위험한 "반 국민적" 행위이다. 다행히도 국민 대중은 최근 사태의 상황판단에서 정부관계자들과 "언론"보다 현명했다.

일부 언론과 타락한 언론인들이, 지난날 영구 집권을꿈꾸는 독재자들을 "단군 이래의 성군"으로 추켜올리고, 광주 대학살의 원흉들을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따위로 아첨하던 피묻은 펜대를 씻지도 않은 채 지금 바로 그 펜대를 가지고 대통령의 정책을 오도하고 전쟁을 부채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경계할 일이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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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