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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 한미관계의 본질을 알면...
작성자 : 고은광순 작성일 : 2023-08-26 조회 : 130
담당부서
윤석열대통령이 (8월 25일)새는 좌우로 난다는데 같은 방향으로 날아야지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리영희샘의 논리를 엉뚱하게 재해석했다. 대관절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리영희샘은 무슨 말을 했던가.리영희샘의 연재물 16개를 공부해보자.        깨어난 시민이 국력이다!

1994년 1월 8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의 좌우로 날다>
리영희 한양대 교수

지난 한해 동안, 이 나라에서는 미국과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소식으로 웃고 울고 했다. 1993년의 해는 드디어 협상 항목들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쌀시장 개방이라는 비통한 소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인은 울부짖고 분노했다.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수많은 머리가 삭발되고, 아까운 쌀가마 더미가 태워졌다. 대중과 언론은 미국과의 협상에서쌀시장 개방 도장을 찍고 돌아오는 풀죽은 농림수산부장관과 그 일행을 비난하고 매도의 소리를 퍼부었다. 온누리에 곡성이 가득했다. 정부는 과거의 대미협상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진실을 숨기고 변명과 궤변에 급급했다.

이런 광경은, 규모의 크기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되풀이됐던 것이다. 나는 연말에 또 한 차례 되풀이된 그 장면들을 보면서, 대단히 안된 말이지만, 한국과 미국이라는 나라 사이의 "마조히즘"과 "사디즘", 즉 학대받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피학대 성적 도착증"과 상대방을 학대하면서 성적 만족을 취하는 "가학성 음란증" 같은 남녀의 변태적 관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언론기관들이 매도했듯이, 정부의 외교능력이 허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제적 동태에 어두웠거나 사전준비가 소홀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농업을 경시하는 상공업 우선주의적 관료구조 때문인 것도 부분적으로는 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남한)관계의 본질을 생각하면 그런 지적과 비판들은 지엽말단적인 요소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두 나라 관계의 "도착음란증"적 성격을 근원적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문제삼음이 없이, 외교협상력이나 사전지식 따위의 차원에서 시비를따지는 한, 지난 연말의 뼈아픈 경험은 앞으로도 한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남한은 북한이라는 형제와 싸우기 위해서, 미국이라는 억센 사나이를 집안에 불러들여, 안방 아랫목에 모셔놓고 수십년간 알몸으로 시중들어 왔다. 북한이라는 형제가 남한보다 강하고 우월했던 1970년대 후반까지라면, 그 사나이가 이마를 살짝 찌푸리기만 해도 만면에 아양을 띠면서 치마를 걷어 올리는 것은 살기 위해서였다.

사나이는 지난 날의 이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여 성적 사디즘을 만끽하였다. 지금은 그에서 그치지 않고 집주인의 목숨 보호자를 자처하게 되었다. 집주인은 그러는 동안에 사나이의 보호 없이는 영원히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은 "자기최면"에 빠져버렸다. 영원한 "능력상실자"가 된 것이다. 이 최면술의 명칭이 "안보공약"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의 역대 대통령과 정부대표가, 워싱턴에 불려가 치마를 벌리고 돌아와서는, "달라는대로 다 주었다"는 다른 표현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확인했다"는 한마디였다. 그러면 국민과 언론은 무엇을 빼앗겼는지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정신없이 감지덕지했다.

안보공약의 단골 카드가 "주한미군철수"라는 것이다. 한-미간에 불협화음이 일 때마다 미국은 그 한마디를 하늘에 대고 외우기만 하면 된다. 한국 정부와 대중은 그 한마디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애걸하곤 했다.

상대방에게 목숨을 위탁해 놓은 가련한 처지에 협상의 말발이 설 까닭이 없다. 몇 명의 미군을 감축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만 해도 국민은 까무라치고 넋을 잃었다. 한국 국민은 "안보공약"과 "미군 감축"이라는 삼장법사의 주술로 머리에 틀이 죄인 손오공과 같다. 법사가 그 주문 한마디만 외면 손오공의 어떤 몸부림도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외교기술이나 사전지식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주한미군이나 "한국안보"는 미국 정부 책임자들이 서슴없이 공언해 왔듯이 한국 국민의 이익보다 "미국의 국가 이익과 필요 때문"인 것이다. 닉슨 대통령 정부가 베트남전쟁에서 연 20만명의 한국군의 도움을 받고도 71년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한 것이나, 카터 대통령이 78년 같은 정책을 선언한 것이, 어디 한국 정부나 국민이 요청했기 때문이었던가?

이제 한-미간 존재양식에서 "마조히즘-사디즘"적 성격을 거부할 때이다. 그래야 비로소 오랜 세월 예속의 주술에서 벗어나 대등한 협상의 상대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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