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업로드 된 사진 없음 9회 지용신인문학상
생의 철학
글 김은정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
.
.
오늘 갑자기 이 시가 계속 되뇌어졌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나는 겨울의 한 가운데서......그리고 인생의 반토막 쯤 되는 곳에서 시를 쓴다.
살고 죽고, 싸우고 웃고 하는 것들이 다 남의 일만 같고, 나는 영악하지도 무르지도 못한 채
세상을 애초에 던져진 모습 그대로 살아내고 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따스한 날이거나,
구름 그득 끼어 흐린 날이거나, 비나 눈이 마른 뜰 앞으로 훵 지나가는 날이면은
이대로 살아주자, 그냥 이대로 살아주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별도 쨍하게 차가운 날 저녁이나 밤, 따뜻한 이불을 펴고 누워 말없는 천장을 보며
‘나는 나의 주인인가’하고 묻는 때도 있다. 그런가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 쯤,
묵묵히 벽을 지나가던 무늬들이 "아니야"라고 진실같은 소리를 내곤 하는데
그만 나는 울컥해져서 혼자 울기도 그렇고, 가만히 있기도 겸연쩍어져서는 그냥 잠을 청한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나는 검은 밤의 한가운데서.......그리고 내 생의 마지막 날 같이 느껴지는 어둠 속에서
잠을 잃은 두 눈을 껌뻑거린다.
지나간 날들은 다 용서하고 잊어주고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예예 고개를 조아리다가도,
나는 아직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또 혼자 시큰둥한 마음인데,
조그만 방 안 나만 홀로 누워, 보는 사람도 없는데 울기도 그렇고 하여 맥없이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새벽은 길고도 멀리 있고, 나는 아무 할 말 없이, 밤이 외로운 신발을 신고 떠도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 조사

담당자 정보

콘텐츠 정보관리
담당부서 : 문화관광과 이호재
연락처 : 043-730-3403
최종수정일 :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