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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사진 34회 정지용문학상
어머니 범종소리
글 최동호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렸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 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 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최동호 시인
1948년생, 고려대 명예교수/ 1976년 시집 '황사바람' 발표, 1979년<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으로 등단, 미국 제미나문학상, 몰도바공화국 작가연맹문학상, 루마니아 에미네스쿠 골드메달, 조선일보 만해상 대상, 황순원 문학연구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 고려대학교 대학원장, 한국문학평론가협회회장, 한국시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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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