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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된 사진 없음 17회 지용신인문학상
청주역
글 박재근
누구는 기차가 아침 여덟시에 떠난다는데,
우리가 탄 기차는 자정에 떠납니다.
부다페스트행 기차는 지금쯤 어디를
덜커덩덜커덩 달리고 있을까요.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하는 기차는
지금 막 울란우데역을 통과합니다.
낭만이 연인의 적이라고 말하면
유머일까요, 아니면 실언일까요.
기차는 방랑자만을 태우는 고독한
궤도라는데 그걸 누가 말리겠어요.
집시, 세계 집시들이 별자리를 보며
이동하는 시각에 우리가 탄 기차는
청주역을 떠나 우주로 향합니다.
아, 보세요. 우주에는 신의 전설이
깃든 은하수가 푸르게 범람합니다.
우리는 두 마리 양이 되어 그까짓
태양은 누구에게 가지라고 함부로
줘 버리고 메에메에…… 울음인지,
대화인지, 함성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르며 우주를 달립니다.
그 사이 지상에서는 함께 떠나지
못한 역마살이 등대로 명멸합니다.
기차가 우주를 가르는 동안 철새가
고단한 날개를 접고 잠을 청합니다.
그때 우리의 기차도 삶은 계란 같은
보름달을 돌아 금성으로 치닫습니다.
들뜬 마음이 고즈넉해지는 순간,
이제 우리는 일상의 흔적을 지웁니다.
참, 당신의 기차는 몇 시에 떠납니까.
당신의 가슴속에는 레일이 있습니까.
당신에게는 어깨를 기대고 싶은,
베텔기우스 같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장 짐을 챙겨 떠나십시오.


기차는 매일 자정에 청주역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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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