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5일장
훈훈한 인간미가 넘친다.
보따리 풀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몇 바구니 사과와 배 담아놓고 좌판을 벌인 사과장사 할머니는 이웃고을 보은의 원남면에 살면서 청산장을 오가며 살고 있다고한다.
사과, 배 농사 40년, 힘들어서 그만두었지만 집 뒤에 심어 놓은 과일나무에서 수확되는 양도 제법이어서 소일삼아 장에 팔러 나오는데, 아침에 할아버지가 오토바이에 실어다주신단다. 사과, 배에 곁들여 할머니가 가지고 나온 것은 활짝 핀 송이버섯과 싸리버섯이다.
할아버지가 산에 가서 따온 버섯은 부피와 무게도 적을뿐더러 돈도 되는 알짜배기다.
열린 청산장을 찾았다.
대목장 직후의 장이어서인지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장터의 풍경이다.
게다가 청산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린다고해서 장터 볼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주민 모두들 운동회를 보러 간지라 장터는 더욱 한산한데,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린다고해서 시장까지 한산한 것을 보니 청산이 시골이긴 한 모양이다.
장터를 둘러보자니
통닭집에서 통닭튀기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는 가운데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소주잔 기울이며 통닭 뜯으시는 모습이 한가롭고 정겨운 장터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때가 가을 문턱을 성큼 들어선지라 사과, 배, 포도, 고구마 같은 가을 과일과 야채가 장터를 찾아 온 나그네를 반긴다.
보따리 풀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몇 바구니 사과와 배 담아놓고 좌판을 벌인 사과장사 할머니는 이웃고을 보은의 원남면에 살면서 청산장을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한다.
사과, 배 농사 40년, 힘들어서 그만두었지만 집 뒤에 심어 놓은 과일나무에서 수확되는 양도 제법이어서 소일삼아 장에 팔러 나오는데, 아침에 할아버지가 오토바이에 실어다주신단다.
사과 배에 곁들여 할머니가 가지고 나온 것은 활짝 핀 송이버섯과 싸리버섯이다. 할아버지가 산에 가서 따온 버섯은 부피와 무게도 적을뿐더러 돈도 되는 알짜배기다.
건어물과 생선이 모여있는 어물전
제철과일 풍성한 과일전, 감자, 고구마, 배추, 파, 도라지를 비롯하여 갖가지 채소가 가득한 채소전 중 호박잎, 깻잎, 콩, 양파, 토란줄기 등 여러 가지 채소들을 종류대로 가지고 나온 장터인생 20년 경력의 채소전 아주머니(박태섭-67세)는 영동장과, 용산장, 청산장 등 세 개의 장을 돌며 채소장사를 하고있다.
이 아주머니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는 쉬고 5월부터 11월 말까지 장에 나오는데, 그 이유는 당신이 직접 농사를 져서 팔기 때문에 겨울동안은 팔 게 없기 때문이다.
그 건너 양말장사 아저씨는 30여년 관록이 붙는 장터인생(배정환, 70세)을 살아왔다.
처음 2~3년간은 뽀빠이(라면과자의 일종) 장사도 해보고 엿 장사도 해봤지만 신통치 않아서 지금까지 30년 남짓 양말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모자, 속옷도 많은데 양말장사라 한 것은 양말이 많으니까 편의상 양말장사라고 한다는데, 속옷사면서 값을 깍아 달라는 할머니에게 망설임도 없이 양말 한 뭉치 집어 들며 깍는 대신 덤을 안긴다.
순대, 떡볶기, 만두
오뎅, 호떡 등을 만들어 파는청산장의 맛 집 호떡 포장마차는 순대 썰으랴 호떡 구으랴 부산하다.
바쁜 손 놀리면서 연신 웃음 지으며 손님 맞기에 바쁜 장터인생 5년 경력의 주인아주머니는 상주 화령장과 김천 관기장, 옥천 청산장 등을 돌며 장사를 한다.
통닭집의 할아버지들처럼 이 호떡집은 할머니들께서 자리 잡고 만두며 순대 시켜놓고 드시고들 있다.
호떡집 아주머니는 정오까지는 어르신들이 오시고 정오가 지나서 방과 후 아이들이 시간차를 두고 오는지라 오전에는 할머니들과 놀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논단다. 호떡집 아주머니 처럼 즐겁게 장사를 할 수 있을까? 호떡 굽고 순대 자르고 만두 굽기에 오뎅 끓이기까지. 분주함 속에서도 미소를 읽지 않는 이 아주머니의 장터는 그에게 있어서 놀이터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 깊은 뜻 세상 사람들 아는지 모르는지...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와 마늘은 미리 마련하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다.
그래서 때가되면 고추와 마늘을 파는 장소가 장터 한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평소 같았으면 손님맞이에 바빴을 고추전과 마늘전은 이따금씩 찾는 손님으로 그나마 파리 날리는 신세는 면한듯하다.
그 옆 기물과 철물을 함께 취급하는 오래된 점포는 재래식 농기구와 생활도구를 같이 팔고 있는지 키와 채, 도리깨 등 옛 솜씨 돋보이는 도구들이 눈길을 끈다.
파와 고구마, 고구마 줄기, 고추 등을 팔러 온 장꾼과 장보러 온 할머니는 무슨 대화를 하는지 오래도록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장을 한바퀴 다 돌고 취재를 마쳤는데도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본래 몰랐던 두 분은 장터에서의 인연으로 서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들려주는 친분을 쌓았을 것이다.
사실 시골 장터의 매력은
이런 데 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왁자함 속 오가는 정.
그 정이 있어서 시골 장터는 훈훈한 인간미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