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우시장
소들이 시장에 도착하고 팔려나가기까지 두 시간 남짓. 장사꾼과 새 식구를 들이려는 농부, 중매인들이 소들과어우러져 활기 넘치는 시간이다.
사고자하는 사람과 팔고자하는 사람들 간에 흥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순박한 소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애처롭고 정감 넘치는 극단의 감정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도살장에는 가지말고 모두 좋은 새 주인 만나 정겹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자식 교육에 비상금 만들어 내는 순박한 가축.
소처럼 농촌풍경에 잘 어울리는 가축이 또 있을까?
소와 사람이 한조가 되어
쟁기로 밭을 갈거나 모내기를 하기 위하여 논에서 써래질을 하는 장면, 초봄밭갈이에 허연 입김을 토해내는 신선한 클로즈업 장면, 언덕이나 강가에서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장면 등 농촌풍경을 테마로 하는 사진집에 자주 등장하는 이 장면들은 모두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고향의 풍경이었다.
마을의 내력은 깊어서
마한시대(馬韓時代)부터 이어져 온 민속신앙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다.
그 상징으로서 옥천청마리제신탑(沃川靑馬里祭神塔)이 마을경계 표시로 수문신과 풍수상의 액막이로서의 구실을 하여 왔으며, 마을의 풍년과 동네의 평안을 비는 신앙성표로서 지금까지 끊기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제 울음처럼 느린 걸음으로
논이며 밭이며 주인 가자는 데로 따라 나서는가 하면 제가 간 밭에서 나온곡식이나 채소를 달구지에 가득 싣고 “터벅터벅” 장터로 실어 나르던 녀석. 파장 후 집으로 가는 길, 농부는 빈 수레를 마다하고 “뉘엿뉘엿” 해지는 황혼 길 속으로 녀석과 함께 멀어져 가는 장면은 더욱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 그 정겨운 풍경은 우리들 기억 속에 빛바랜 기억의 편린으로 남아있을 뿐 농촌생활의 동반자 몫을 톡톡히 했던 순박한 소와 농부의 모습은 이제 기계 문명에 밀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추억을 되새기며 찾아 간 옥천 오일장. 옥천 전통 오일장은 해 뜨기 전부터 해질녘까지 긴 시간을 두고 장이 두 번 열린다. 새벽에 우시장이 열리고뒤이어 전통재래장터가 열리기 때문이다.
새벽 5시 30분(동절기 06:00 개장)에 문이 열리는 우시장은 소 팔러 각지에서 몰려든 자동차들이 개장 전부터 앞 다투어 몰려든다.
일찍 들어가 계량을 마치고 좋은 자리를 잡아 소를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려는 사람들도 서둘기는 마찬가지, 좋은 소를 좋은 값에 사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새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시작하거나
도살장으로 끌려가거나, 주인과 헤어짐을 미룬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해야 할 소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곳인 우시장은 총 500마리를 한자리에서 유통시킬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시장의 풍경은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소와 그 소를 끌어내려는, 소와 그 주인과의 실랑이로 시작해서 차에 오르려하지 않는 소와 그 소를차에 태우려는, 소와 새 주인과의 실랑이로 끝난다. 소들이 시장에 도착하고 팔려나가기까지 두 시간 남짓. 장사꾼과 새 식구를 들이려는 농부, 중매인들이 소들과 어우러져 활기 넘치는 시간이다.
사고자하는 사람과 팔고자하는 사람들 간에 흥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순박한 소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애처롭고 정감 넘치는 극단의 감정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도살장에는 가지 말고 모두 좋은 새 주인 만나 정겹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큰소전, 중소전, 송아지전. 어린 송아지들이 모여 있는 송아지전은 송아지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음메~” 그야말로 목 놓아 울고 있는 송아지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니 그제야 울음을 그친다. 언제 울었냐는 듯 호기심이 발동한 송아지는 신기한 듯 카메라 앵글에 얼굴을 들이밀며 빤히 쳐다본다. 파장 무렵 나서는 길에 우시장 입구 조그만 가축시장이 또 하나 열리고 있었다. 강아지와 토끼가 전부인 이 시장은 때마다 가축의 종류가 다르다는 구경꾼의 귀띔이다.
옛날 동네어른이 소 팔고 오는 길 서운하다고 강아지 한 마리 사왔다더니 그 우시장 앞도 이 같은 가축 노점상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