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가 된 진걸마을 농부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
애틋한 것은 역사속의 인물만이 아니다.
고향을 물속에 남겨둔 채 떠나온 사람들, 한 가족처럼 지내던 고향사람들도 다 떠나보내고 열댓 채 겨우남아 물속에 잠긴 고향을 그리며 사는 사람들이 그 언덕너머 진걸마을에 살고 있다. 진걸마을에 사는 손동철씨는 전문 담배농사꾼이자 어부이다.
올해도 12단(약 4,800평)이나 담배농사를 지었다는데 작황이 신통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옛날 같으면 합격점을 받았을 담배가 요즘 따라 검사가 엄격해져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단다.
커서는 술안주 삼으려고 낚시도 하며 투망도 던졌지”,
“별미 삼아 잡기도 했고”,
“그것이 전부여 그저 먹을 만큼만 잡고 많다 싶으면 이웃들 나눠주고...”.
그랬었는데 손동철씨는
지금 고기 잡아 먹고사는 어부가 되어 있다. 삶의 터전과 농토를 잃어버린 이주민의 생활 대책으로 어업허가를 내준 것이다.
참붕어, 떡붕어, 쏘가리와 그 외 잡어들, 꿈에 떡 맛보듯 잡는 장어는 자연산이라서 1kg에 10만원을 호가한다니 횡재란다.
흉년일 때 고기잡이가 시름을 덜어주는데 그마저 신통치 않다는 손동철씨.
“이 목숨 가면 그것도 그만이여”, “갱신도 할 수 없으니 대물림 어업권은 없지”
당신이 죽고 나면 같이 소멸한다는 마지막 어업권 이야기를 듣는 마음은 어쩐지 쓸쓸하다.진걸마을에서 어부가 된 사람 또 하나. 대나무집 주인 손씨이다. 손동철씨는 어부면서 담배농사를 짓지만 대나무집 손씨는 자신이 직접 잡아 온 물고기로 손님상을 차리는 식당 주인이다. 주 메뉴는 붕어찜과 민물고기메운탕, 토종닭 등이다.
특히 산채로 가져가 내려먹는 약 붕어는
식당을 찾는 단골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마을로 들어오는 동안 간판이나 이곳에 식당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 없었는데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는지...
비록 나다니기 불편한 오지에 살지만
교통편 외에는 큰 걱정이 없는 진걸마을 사람들이다. 평생을 이렇게 농투성이로, 팔자에 없는 어부로 살아왔지만 자식들 건사시키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아 왔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삶도 이럴 것이라는 것을 진걸마을 사람들은 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 그들의 삶의 터전이 오지라서 불행할 것은 아니다. 호수의 잔물결이 마을 앞에 찰싹이고, 정겨운 이웃 몇몇 곁에 있으니 그 아니 오붓할까. 정감 넘치는 호숫가 마을 풍경. 그곳에 진걸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