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언어의 시인 정지용을 만나다.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매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이란 제목의 시이다.
귀향 후 일본 유학동안
이상적 공간이었던
고향의 상실감을 표현한 이 시는 정지용 삶의 모태인 전 근대와 변혁기를 맞고 있는 근대 사이에서의 방황이며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민족으로서의 헤메임이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식민지상황 속 지식인의 헤메임이 표출된 시이다. (李時活 論文 “韓中 현대문학에 나타난 고향의식비교” 참조)
역 광장 시비에 적힌 시 ‘고향'을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며 음미해 본다면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갈등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무리가 없겠다.
이 시를 음미하는 마음은 고향을 유토피아로 노래했음에도, 상심을 노래할 수밖에 없게 하였던 역사의 궤적을 목도하는가. ‘향수'에 들뜬 마음이 다소 무거워 진다.
고옥천시가지로 이어지는 501번 지방도가 만나는 3거리이다.
옥천시내를 관통하여 지용로로 이어지는 501번지방도는 옥천역광장의 택시 승강장 옆에 세워진 ‘지용시비' 너머로 보이는 길이니 길 못 찾아 헤매는 이 없겠다. 이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로는 10분 이내, 택시로는 5분이내 거리이며 정지용 생가까지의 거리는 약 2.5Km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걷는다 해도 별반 무리는 없을 터, 발품 판다면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걷든, 옥천시가지를 관통하는 501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옥천읍 금구리와 삼양리를 경유하여 정지용의 모교가 있는 문정리 부터 시작되는 지용로에 이른다. 출발지에서 옥천의 중심지를 지나고 군청을 지나는 사이 군청 직전의 좌측편을 본다면 넓고 높은 축대 가득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옥천이 생명의 땅이자 문향의 고을”임을 알리는 커다란 벽화에 정지용의 시 ‘향수'를 써 넣고 그 곁에 시상을 떠올리는 정지용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그려 놓았다. 옥천 사람들이 시인 정지용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출발지에서 약 2Km 남짓, 대전, 보은방면과 수북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부터 수북방면의 길이 ‘지용로'임을 길 건너 표석이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 지용로를 따라 약 200m 정도 가면 구읍 3거리가 나온다.
구읍삼거리 어느 길이든 정지용 생가로 통하는 길이지만
수북방면으로 약 50여미터쯤 정지용 생가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가는 코스는 ‘향수'의 실개천을 바라보며 생가까지 갈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