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지용의 요람
‘지용생가’
『인동차(忍冬茶)』정지용노주인의 장벽(腸壁)에 / 무시로 인동(忍冬) 삼긴물이 나린다. /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 도로피어 붉고 / 구석에 그늘지어 /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 흙냄새 훈훈히 김도 서리다가 /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 산중에 책력(冊曆) 없이 /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중에서

시인 신경림은 그의 책 ‘시인을 찾아서’에서 정지용의 시 ‘인동차(忍冬茶)’를 간단한 해설과 함께 소개하며 “얼마나 맑고 깨끗하고 높은 삶의 자세인가”, “동족상잔의 진흙 밭에서 뒹굴기엔 역시 지용은 너무 고고하고 도도한 시인이었다.”라며 정지용을 회고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88년에서야 그의 작품은 해금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그 해금조치 직후 정지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용회’를 만들어 모임을 갖게 되었으며 그 이듬해 정지용 생가는 비로소 복원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기에 이른다.
1996년에 원형대로 복원
되어 관리되고 있는

정지용 생가는 방문을 항상 열어두어 찾는 이에게그의 아버지가 한약방을 하였었음을 가구(家具)로 알리고 있으며, 시선가는 곳 어디마다 정지용의 시를 걸어놓아 시를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말을 달리고,”,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않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향수'의 시어 따라 방안에 배치된 소품 질화로와 등잔은 자연스럽게 ‘향수'를 다시금 음미하게 하고 있다.
정지용 생가는
두개의 사립문이 있다.

정지용 생가에 간다면 이 두개의 사립문 중, 물레방아 옆의 ‘텃밭사립문(그냥 이렇게 부르고 싶다)’ 풍경을 눈여겨 볼 일이다.
사립문 언저리에 까치밥 남아 있는 감나무의 풍경은 정지용 생가인 초가와 잘 어우러져 초겨울 고향의 운치가 더욱 살아나는 곳이다. 군것질 거리가 귀했던 시절의 아이들까지도 까치밥만큼은 욕심내지 않았으며, 하루 중 어느 때. 꼭 까치뿐 만이 아니어도 낯선 새가 찾아와 감을 쪼고 있으면 그 모습이 반갑고 고마웠던 것이 우리네 정서였으니 그 아니 어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