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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된 사진 없음 16회 지용신인문학상
내일은 맑음
글 이기호
모시등걸에 찬바람이 일면 수수알도 붉어갔다
텅 빈 들녘은 눈이 해맑고 빈 볏단들은 幕舍처럼 서 있었다
논두렁에선 우렁이들이 둥싯거렸다
상지냇가의 소금쟁이 긴 다리 밑으로 새털구름이 빠져나갈 때
오포소리에 고무신 뒤축이 자꾸 벗겨지고
점심광주리를 머리에 인 어머니와 물주전자 든 나의 그림자가
삽다리를 따라 빠르게 흘렀다
새참이 나간 부엌은 매캐한 연기에 휩싸였다
양재기에 굴 무나물을 볶던 아궁이는
잔뜩 쓸어 넣은 왕겨에 속이 더부룩해졌다
장죽에 불붙이려던 할아버지는 눈이 내어 그대로 돌아 나왔을 터였다
몽당수수비와 부지깽이는 모처럼 火像의 몸을 쉬고 있겠다
들녘에 어둠이 오고 홀연 귀뚜리의 노래 들리고
먼 하늘에서는 별들의 점등이 시작되었다
용수 안으로 밥알이 동동 뜨는 마을에서는 술처럼 시간이 익어
밤이 점점 까매지자 어머니는 우렁이와 양재기를
앞세우고 아버지별을 찾아 은하로 떠났다
문득 낯설어지는 풀벌레소리에 창가로 다가가는 마음
오래 묵은 가을밤이 가라앉고 있었다
내 별이 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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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