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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사진 33회 정지용문학상
혼자의 넓이
글 이문재
혼자의 넓이


이 문 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이문재 시인
1959년 9월, 경기도 김포군 출생/ 4남 4녀 중 넷째/ 검단초, 검단중, 인천고 졸업/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2년 '시운동' 동인지 4집 등단/1985년 시사저널 창간멤버/ 1988년 첫 시집<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1993년 두번째 시집<산책시편>/ 199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199년 세번째 시집 <마음의 오지>,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2002년 소월시문학상/ 2003년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2004년 네번째 시집 <제국호텔>/ 2005년 지훈문학상 수상/ 2007년 노작문학상 수상/ 두번째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시집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2012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2014년 다섯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경희문학상 수상/ 2015년 박재삼문학상 수상/ 2021년 여섯번째 시집<혼자의 넓이 >, 정지용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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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