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오지 않으면 걸어야 할 40리 오지
도선장을 오가는 배는 동네 이장님과 이수길(64세)씨가 일주일 씩 번갈아 가며 선장이 되고 마을을 오가는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따금 찾아오는 손님 외에 이용객의 전부는 마을 사람들이다.
읍내 나간 마을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배는 뜨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전화가 울릴 것이니 하던 일을 계속한들 문제 될 것 없겠다.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한 신세” 되어 막지리를 찾아가는 나그네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막지도선장에서 몇 번이고 배 시간을 확인하면서 오지 않는 배를 기다린다. 도선장에서 배를 타지 않고 육로로 길을 잡는다면 무려 40리 길을 걸어야 한다. 도선장에 위치한 수산조합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전화를 하고 조금 있으니 배 한척이 물살을 가르며 다가온다.
이장님이 이번 주 선장인데, 읍내 볼일 보러 가고 읍내 간 마을사람 없으니 들일하고 있었다는 이수길씨는 막지리의 본토박이 사람이다. 지금 이장님 전에 이장을 맡아 보았다던 이수길씨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서울 가서 살았는데, 6·25 때 피난 내려와 줄곧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고 있단다.
도선장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막지리를 향한 승선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너무 짧아 서운한 선상유람(船上遊覽)을 끝내고 막지리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로 접어드니 길 양옆에 선돌 3기가 서 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이수길씨의 증언에 의하면 지금의 선돌들은 물에 잠긴 마을 어귀에 세워져 마을로 들어오는 잡귀와 역병을 막는 상징으로 탑신제당과 함께 마을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모셨던 영물이었다는데, 매년 정월 초사흘에 탑신제와 함께 제를 지냈다 한다.
규모면에서 동이면 청마리 탑신제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는데, 마을의 규모가 120호를 헤아리니 그도 그럴 것 같다. 막지리 액막이 제는 제를 지내기 며칠 전 우선 선돌 앞 양쪽에 일렬로 3점씩 황토를 피워 잡귀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한 다음, 선돌 앞에 놓인 제단에 짚 깔아 그 위에 제례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지낸 다음 탑신에게 제를 올렸다 한다.
보통의 경우가 산신제를 지내기 전 황토를 파다가 잡귀의 근접을 막기 위해 산신각 입구에 피우는 것인데, 그만큼 막지리 사람들은 선돌을 위했다.
이곳으로 이주 해 올 때
탑신제당은 옮겨 오지 못하고 선돌만 이곳으로 옮겨 모시고 예전처럼 제를 지내고 있다 한다.
다리를 건너면 옥천읍이 지척이어서 근동의 길목이 되었던 막지리는 불어나는 물에 쫓겨 마을 뒷산 중턱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길은 물에 잠겨 없어지고 읍내를 가자면 답양리로 40리 길을 돌아 나가야 하는 오지가 되었다.
답양리로 40리 길을 돌아 나가야 하는 오지가 되었다. 120여호를 헤아리는 마을 사람들은 다들 떠나고 21가구만 남은 막지리는 동네 중앙을 가로지른 낮은 언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마을이 자리 잡고 동쪽은 제법 풍성한 농토가 층층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언덕너머 막지리의 농토는 산등성을 개간하여 층층이 일군 논밭이다.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노인뿐인 막지리 농부들은 추수 때가 되면 콤바인 운전사와 한판 흥정을 하여 겨우 모셔와 벼 수확을 할 수 있다. 다랭이 논이라 작업하기도 수월찮고, 시간이 많이 걸려 평지 논 작업에 비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도 수확한 곡식은 명년 이맘때까지 먹고 남으니 나머지는 내다 팔수 있어서 웃돈 얹어 주는 마음이 그리 인색하지 않다.
막지리는 예부터 고추산지로 이름나 있었다 한다. 올해도 고추밭 3단을 부쳤다는 이길수씨. 생소한 단위에 당혹스러워하는 나그네에게 단위를 설명한다. 1단은 300평의 고추밭을 의미하는데, 밭고랑을 뺀 나머지를 말하며, 한단을 심으려면 고랑까지 합쳐 400~500평의 밭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어져 나오는 한숨.
“그런데 고추가 역병이 들어서 고추농사 다 망쳤어.” 막지리를 찾아오던 길에서 만난 군북면 황골에 사는 할머니(정귀-85세)도 양동이에 낫 들고 병들어 수확하지 못하는 고추나무를 뽑아 태우러 고추밭에 간다더니, 유행병이 돌았나 보다.
고추농사 망친 농심. 풍년 든 벼농사가 위안 될는지 모를 일이다. 누런 벼가 온 산자락을 덮은 막지리의 농토. 한 폭의 그림 같다. 산모롱이 돌아 그 그림 속 다랭이 논 사이로 구불구불 산속 깊숙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가면 저만치 보이던 소담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이다. 벼이삭 빛깔을 닮아 샛노란 감이 익어가는 정겨운 풍경, 막지리의 가을은 깊어만 간다.
막지리 농경지는 풍경이 좋아서
사철을 두고 나들이 삼아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막지리의 마을 앞 공터가 습지여서 돌미나리가 자생한다. 이름 하여 ‘막지리 돌미나리꽝’이다.봄이면 돌미나리 뜯고, 마을 뒷산에 지천인 산나물 캐러 오는 도시민이 많아서 막지리 사람들은 인심 좋게 돌미나리와 산나물을 마을을 찾아온 손님과 나눠먹는다.
막지리 도선장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을 지나 보은 방면으로 9km 진행하면 좌측 길 건너 막리지 버스정류소가 있다. 정류소 뒤편이 막지도선장이다. 배를 타려면 043-732-0828로 전화 하면 되고, 도선료는 정기선일 경우 1인당 1000원인데, 정기선 외의 도선료는 선장과 협의 후 별도로 정한다.
막지도선장 가는 길 - 자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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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옥천나들목 사거리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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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문정삼거리(좌회전) 1km,
문정삼거리 -
3주유소삼거리(우회전) 315m,
주유소삼거리 -
4석호리 입구 삼거리 (직진-보은방향) 1km,
석호리 입구 삼거리 -
5막지리버스정류소 2.5km, 안전하게 주차 후 길 건너 막지도선장 도착